Gallery Lili
La-voix

La-voix

작가
김동원
연도
2004
재료
나무, 단조종, 환봉
크기
1200 × 300 × 300 mm
위치
개인소장 (서울, 대한민국)

이 작업은 재료가 가지고 있던 기능과 흔적을 바탕으로 새로운 소리를 생성하는 참여형 설치 작업이다. 형태는 처음부터 계획된 것이 아니라, 재료의 특성과 상태로부터 출발한다. 사용된 주요 재료는 본래 바위를 뚫는 드릴 비트로, 강한 회전과 진동을 통해 물질을 관통하던 도구였다. 이 작업은 그 기능이 멈춘 이후의 상태를 새로운 방식으로 전환하는 데에서 시작된다. 드릴은 더 이상 뚫는 도구로 작동하지 않지만, 그 안에 내재된 진동의 가능성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 작업은 그 진동을 ‘소리’의 형태로 다시 드러내는 구조를 가진다. 관람자는 나무 망치를 이용해 이 금속 구조를 직접 타격할 수 있다. 타격에 의해 발생한 진동은 금속을 통해 울림으로 확장되고, 그 소리는 공간 안으로 퍼져 나가며 하나의 감각적 경험을 형성한다. 이 과정은 단순한 청각적 반응이 아니라, 관람자의 행위가 직접적으로 결과를 만들어내는 구조이다. 누르는 버튼이나 간접적인 장치가 아닌, 물리적인 접촉을 통해 소리가 발생한다. 하부 구조는 자연 재료를 기반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금속의 인공적인 성질과 대비되는 조형적 균형을 형성한다. 상부의 가지 형태 또한 금속을 변형하여 구성된 것으로, 자연의 형태를 모방하면서도 그 물성을 그대로 드러낸다. 이 작업은 기능이 형태를 만든다는 전제에서 출발하지만, 여기서는 그 기능이 사라진 이후에도 남아 있는 가능성에 주목한다. 즉,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 도구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는 새로운 상태로 전환된다. 결과적으로 이 작업은 재료가 가지고 있던 물리적 기억을 소리로 환원시키고, 관람자의 직접적인 행위를 통해 그 울림을 완성하는 구조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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